왜 진정성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최근 당신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또는 2025년 한 해 동안 유행할 키워드를 한 개만 고른다면 뭐가 될까요 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진정성"이라고 대답할 듯하다.
왜 진정성이 중요해진다는 걸까?
지금 세상 거의 모든 분야는 무한경쟁 급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적당히 좋거나 적당히 유별난 수준으로는 살아남기가 정말로 힘들다. 이제는 자기만의 명확한 색깔과 향기를 가진 사람, 그렇게 '브랜딩'을 잘 해온 회사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남의 것을 베껴와서 오리지널인 척하거나 설령 자신만의 창의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있더라도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걸 내세우는 사람들은 저 멀리 잊혀져버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몇 년간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정말 각양각색의 가짜와 사기꾼들이 넘쳐났다. 그들의 현란한 말솜씨와 치명적인 마케팅에 놀아난 대다수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결제를 하고 이렇게 십시일반 모인 대량의 자금은 가짜들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고 상처를 받았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눈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을 때, 그리고 자신의 귀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릴 때마다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닫힌 마음으로 듣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가 뭘까 고민하다보면 그 정답 중 하나로 "진정성"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진정성이 뭔가요 라고 물으면 말문이 막힐 것 같긴 하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간략하게 해보자면 진정성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어떤 하나의 주제를 고르고 그 영역에서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모습이 보일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면 이 진정성이라는 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전달되는 걸까? 이 주제에 대해서 수많은 가설과 이론이 있겠지만 최근에 굉장히 인상적인 글을 읽었기에 여기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겉으로는 비슷해보이지만 사실 속은 완전히 다르다
같은 물건을 다루는 데도 '가가'라는 회사가 판매하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나나'라는 회사가 홍보하면 따분해 보일 때가 있다. 두 사람이 똑같이 야근, 철야를 반복하는 고달픈 스케줄을 소화하는데도 누구는 그다지 지친 기색 없이 언제나 기운 넘치지만, 다른 누군가는 번아웃에 빠지고 탈진해 버린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깊이 분석해 봤고 그 연구 조사 결과를 여기서 소개하려고 하는 책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라는 책을 통해 공유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는 깊은 근원에서 왜, WHY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서 이런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성공한 개인들의 비밀? 조직의 이유?
가정과 인지는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닥뜨리면 먼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려고 한다. 모은 정보를 전부 종합해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보를 아무리 잘 모을 수 있고 그걸 최적의 방식으로 엮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에 의사결정에서 가장 크게 미치는 요소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어떠한 '믿음'이다. 과거에는 대다수의 사람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이런 인식은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세상 먼 곳까지 떠나는 탐험가가 드물었다. 당시 사람들은 멀리 이동하면 지구 끝자락 절벽으로 떨어져서 영원한 안식에 들게 된다고 두려워했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사소한 사실 하나가 밝혀진 뒤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지구를 탐험하는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교역로가 열리고 향신료 무역이 시작됐다. 수학과 같은 새로운 학문이 발전하면서 온갖 혁신과 진보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잘못된 가정 하나를 바르게 수정했을 뿐인데 전 인류가 진일보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히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 또는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조직의 성패 이유를 우리가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은 이렇다 저렇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하는데 그들이 성공한 원인을 우리는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을까?
여기 책에 언급된 하나의 사례를 들고 와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에 등장한 주인공들도 변했기에 지금 당사자들의 모습은 이때 당시와 달려졌을 수도 있다. 당사자의 이름보다는 내용에 집중해 보자.
미국의 모 자동기 기업 임원들이 일본 자동차 공장의 조립 공정을 견학할 때 발생한 일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경첩과 문짝을 연결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단계가 빠져 있었다. 미국 공장에서는 직원 한 명이 고무망치를 들고 다니며 문짝 가장자리를 두들겨 유격 없이 완벽하게 맞추는데 여기서는 그 과정이 빠져있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본 한 임원이 놀라서 문은 언제 맞추느냐고 물었다. 견학을 안내하던 일본인 직원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설계 과정에서 정확히 맞춰 제작합니다." 일본 공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 자료를 수집해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설계했다. 바랐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시작 지점에서 잘못된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공정 결과물 자체만 두고 보면 미국과 일본 자동차는 문짝이 둘 다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기업에서는 고무망치를 두들길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고 고무망치를 살 필요도 없다. 문짝 내구성도 더 강할 테고, 어쩌면 사고가 났을 때 구조적으로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아직도 수많은 리더와 조직이 고무망치를 두들기고 있다. 계획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단기적인 효과가 있는 임시방편의 전략을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이런 전략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견실할까? 그런데도 수많은 조직이 부실한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반면에 적은 직원과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이루거나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도 있다.
이런 차이는 거의 항상 의사결정 방식에서 온다. 단기 결과만 놓고 보면 양쪽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장기간 성공을 거두는 조직은 오직 한쪽, 애초에 문짝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쪽뿐이다.
단기적인 효과, 조종의 무서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아니 사실은 세 가지인데 두 가지가 맞다. 당근과 채찍? 물론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는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첫 번째는 협박. 협박은 현대사회에서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이건 없는 거라고 치자.
두 번째는 조종. 단어만 들으면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말 같지만 사실 이건 매우 흔하며 꽤 온화한 전략이다. 조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에 어디서든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테크닉 중 하나이다.
기업의 예시를 몇 가지 들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최저가 경쟁의 딜레마
→ 대부분의 기업은 가격경쟁을 안 하고 싶어 하지만 결국엔 하게 된다. 그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효과가 너무 좋아서 그 유혹을 주체하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가격 인하는 판매자에게 마치 헤로인처럼 작용한다. 판매자는 가격경쟁을 통해 단기에 큰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저렴해진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다시 가격을 올려 받기란 쉽지 않다. 판매자는 경쟁력을 유지·확보하기 위해서 가격을 계속해서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이익은 점점 줄어든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서 매출을 더욱 올려야 한다. 매출을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가격 인하이다.
(2) 공포감 조성
→ 공포가 조장되면 객관적인 사실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생물학적으로 생존 욕구가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정확한 사실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한번 발생한 공포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공익광고는 자극적이고 위험한 이미지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술, 담배, 마약, 음주 운전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기업에서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결과를 과장하여 사람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고 이를 활용해서 자신들의 제품 판매율을 높이곤 한다.
(3) 열망을 자극하기
→ 건강 기능 식품, 다이어트 제품, 패션·의류 분야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행하는 마케팅 방식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열망을 이용한 조종은 소비시장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에서도 꽤 효과적이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관리자라면 모두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성과에 유익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컨설팅을 받으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
(4) 동조 압력: 다수 그리고 유명인이 우리에게 주는 압박감
→ 신뢰성 있는 개인 또는 권위 있는 기관의 말을 전면에 내세우는 카피라이팅, 그리고 특정한 집단의 NN%는 이미 이 제품을 사용 중이라며 소개하는 문구를 떠올리면 된다.
조종 전략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조종이 위험한 이유는 정말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판매자 대다수가 조종 전략을 쓰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장 전체에는 동조 압력이 형성된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조종전략을 남발한 결과 스스로 초래한 상황에 조종당하고 있다.
사람들을 동기부여 하는 다른 방법, 열의
세 번째로 사람들을 동기부여 하기 위해서 조종 대신에 열의를 불어넣기로 선택하는 리더들이 있다. 열의를 불어넣는 사람들은 분야에 상관없이 다들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각자의 의사를 전달한다.
사이먼 시넥은 위의 그림을 골든서클이라고 부른다. 골든서클은 몇몇 리더와 조직이 영향력을 유독 크게 키울 수 있었던 이유를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관점으로 바라보면 애플이 그토록 많은 산업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고 지속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역사상 가장 수익성 높은 항공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민권 운동을 펼쳤을 때 사람들이 왜 그를 따랐는지, 존 F. 케네디가 죽은 뒤에도 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의지를 받들어 달 착륙 사업을 이어갔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골든서클은 리더가 조종 외에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특정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골든서클을 기초로 한 새로운 시각은 세상을 바꾸는 일 이외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리더십 향상, 기업문화 개선, 적합한 인재 채용, 제품 개발, 영업 마케팅 역량 향상 등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충성심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하나의 아이디어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킬 때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하는지도 골든서클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공통적으로 골든서클 안에서 시작해 밖으로 뻗어나간다. 다시 말해 열의를 통해서 다른 이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나가는 리더들은 모두 WHY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WHAT: 무엇을
많은 회사와 조직 그리고 수많은 개인은 현재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규모, 산업군, 전문 분야와 관계없이 대체로 그렇다.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 체계 안에서 수행하는 직무 기능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WHAT을 알아내는 것은 쉽다.
HOW: 어떻게
일부 회사와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차별화된 가치 제안(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을 명시하는 일)', '생산 공정 특허' 혹은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전략' 등등 용어에 상관없이 HOW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경쟁자들과 무엇이 다르며 어떤 점에서 그들보다 더 뛰어난지 설명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WHAT만큼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HOW를 동기 부여 요인이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WHY: 왜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나 회사는 극히 드물다. WHY란 돈이 아니다. 돈은 오히려 나중에 따라오는 열매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WHY는 일의 목적이나 대의, 신념이다. 이를테면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런 질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WHY의 효과
조직이나 개인이 자기 자신을 널리 알릴 때 흔히 WHAT->HOW->WHY 순서로 스토리텔링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은 WHY->HOW->WHAT 방식이며 생각이든 말이든 모두 두 번째 구조를 따를 때 한층 더 강한 힘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서 애플의 브랜드 카피라이팅을 준비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골든서클의 밖에서 안으로 마케팅 문구를 작성해 보겠다.
우리는 뛰어난 컴퓨터를 만듭니다.
디자인이 아름답고 다루기 쉬운 사용자 친화적 제품입니다.
하나 사시겠습니까?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 않다. 컴퓨터가 아주 급하게 필요한 사람 정도는 되어야 이 문구를 보고 구매 버튼을 누를 것 같다.
반대로 골든서클의 안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마케팅 문구를 준비해 보자.
우리는 무엇을 하든 현실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믿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아름답고 다루기 쉬운 사용자 친화적 제품으로 현실에 도전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하나 사시겠습니까?
앞선 글과 완전히 다른 메시지다. 여기 두 번째 문구를 읽은 고객은 대체로 구매 욕구를 크게 느낀다. 차이점이라면 뒤집힌 정보 순서뿐이다. 여기엔 어떤 속임수나 조종, 사은품, 열망을 자극하는 문구, 셀럽 광고도 없다.
애플은 정보 순서만 뒤집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는지와 관계가 없을지라도 자기만의 WHY와 목적의식, 대의, 신념이 담긴 메시지를 먼저 전달했다. 애플의 WHAT, 즉 기업이 만든 컴퓨터와 소형 가전 자체로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게 아니다. 그들의 대의 실현을 보여주는 확실한 매개체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심적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애플에서 직원을 빼내 와 애플과 똑같은 제품 디자인, 비슷한 광고 디자인을 만들어서 따라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애플이 시장에서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에는 WHAT이나 HOW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WHAT이 아니라 WHY에 이끌려 구매를 결정한다.
애플이라고 해서 모든 게 특별한 건 아니다. 그들도 다른 기업처럼 그저 하나의 회사일 뿐이다. 사실 애플과 경쟁사 간에 눈으로 보이는 큰 차이는 없다. 삼성, 델, HP, 게이트웨이, 도시바 등의 제품과 나란히 놓고 기술 스펙을 비교해 보더라고 동일한 가격대에서 애플의 제품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플의 제품은 대부분 가성비가 안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애플만 압도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애플은 어떻게 혁신의 상징이 되었을까?
외출할 일이 있어서 번화가를 지나가게 되면 프리스비(애플 전 제품 전문 판매점) 매장을 지나칠 때가 많다. 그곳에서는 각종 아이폰, 아이패드부터 시작해서 애플워치, 아이맥, 비전프로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까지 애플과 관련해서 판매중인 거의 모든 제품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테이블마다 고객들의 제품 안내를 도와주는 상주 직원이 몇 명씩 있다. 이들과 짧은 시간, 단 몇 분이라도 대화를 해보면 그냥 어떤 기업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한 명의 직원일 뿐인데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따로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것도 아닌데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자발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 그런 마음이 넘치다 보니 가끔은 부담스럽기까지 할 정도이다.
소비자, 직원 상관없이 이렇게 애플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품질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의 제품, 즉 WHAT은 애플의 신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WHAT과 WHY가 분명한 상관관계를 이루는 기업은 돋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애플을 '진짜'라고 여긴다. 애플이 하는 모든 일은 그들의 WHY, 즉 현실을 향한 도전의 증거가 된다. 그들이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느 업계에 속하든 "Think Different"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흔들리는 개인의 삶과 WHY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삶의 궤적이 크게 달라지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2024년을 기점으로 나의 삶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 6년 동안 내 삶의 목표였고 내가 살아가면서 열정의 원동력이었던 무언가가 더 이상 나에게 소중하지 않게 느껴지게 되었다. 이런 지경에 이르는 데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고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다. 앞에서 '가정과 인지가 행동을 만든다'고 했는데 내가 요즘 많이 느끼는 건 환경이 가정과 인지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는지,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상을 보는지가 내 생각과 감정이 되고 이들이 내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어놓은 것은 우주에서 떨어진 유성처럼 거대한 무언가 뿐만 아니라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쌓여온 사소한 경험과 감정들인 듯하다.
몇 년 전까지 나와 함께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넌 정말 열정이 넘친다', '너한테 자극받고 나도 다시 힘을 내게 됐어'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런 열정적이고 무한히 긍정적인 나의 모습은 누가 보고 있든지 아니면 나 혼자 있든지 항상 똑같이 드러나는 진실한 나의 모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흥미를 느낀 영역과 사회가 가치 있다고 인정 해주는 분야가 때마침 일치하는 행운이 따랐다. 그 길을 가는 게 얼마나 힘들지라도 그리고 내 앞에 어떤 고난이 펼쳐지더라도 끝까지 정상을 향해서 가보고 싶은 열망이 타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어내는 경험 자체가 나에게 보상이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기능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아졌다. 거기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냉정해졌고 현실적으로 변했다. 생각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나에게 상당히 중요하다는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내가 몸담고 있던 영역 이외에 다른 분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어떤 감정일까. 하루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너는 왜 살아?", "네 삶의 목표는 뭐야?" 그런데 너무나 소름 끼치게도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이 텅 비어 있었다. 한밤중에 장독대를 연 뒤 머리를 집어넣고 있는 것처럼 어두컴컴한 암흑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비전, 즉 WHY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먼저 나의 WHY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 있는 조직이 되거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면 나만의 WHY를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도까지 해도 남들은 나의 WHY를 잘 못 알아본다. 눈에 보이는 것은 WHAT일 테니까.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더욱 치열하게 WHY를 고민해야 한다. 그 누구도 나의 WHY가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WHY를 사 올 수도 없다. 치열한 번뇌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내 안에서 찾아내야 한다.
언제쯤 경지에 오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자 운에 달린 것이고 각자의 역량에 달린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여정을 문제없이 끝까지 가고 싶다면 WHY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음속에 WHY를 품고 계속해서 되놰야 한다. 복잡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WHY를 꺼내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그 WHY를 보면서 이 WHY가 바꿔놓은 거대한 세상을 상상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결국엔 누구나 각자 간직한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소중한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WHY가 더욱 중요해지며 나 자신을 포함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열의를 불러일으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성은 어디에서 올까
한번 상상해 봤다. 자신의 WHY가 명확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자기 삶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뭔지 어느 정도 정리가 다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정리한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통해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빠르게 판단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쉬울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과를 낼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자존감을 채우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거의 언제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주변인들에게 충분히 베풀 수 있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테니 자연스럽게 이 사람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남에게 가리거나 속일 것이 없으니 항상 진실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적으니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 진정성이란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데서 온다.
가장 이기적인 사람은 가장 이타적인 사람이 된다.
가장 많이 베푸는 사람이 가장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된다.
가장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누군가가 진정성이 있는지 아닌지 다 보이는 것 같다.
WHAT에만 집중하면 할수록 WHAT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WHY에 집중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WHAT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자신만의 WHY를 찾아야 한다.
WHY-HOW-WHAT 구조의 근거와 활용
책 <스타트 위드 와이>는 총 6부로 이루어진 책인데 여기까지 설명한 내용은 2부 정도까지의 내용을 적절하게 재배치하고 요약한 것이다. 골든서클이 아이디어가 탁월하기는 한데 실제로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인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뒤쪽에 3부에서는 이 골든서클의 생물학적인 근거, 사회경제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계속해서 설득력 있게 자기 생각을 풀어나간다. 그 뒤에 4, 5부에서는 어떻게 이 WHY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가이드를 어느 정도 제공하고 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한 권쯤 구매해 놓고 두고 두고 읽는 것도 추천한다.